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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도시

부산시민공원 보물 녹나무

by 동서고가 2015. 9. 20.

부산시민공원에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 나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남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나무

안내판을 보면 시청 옆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100살 넘는 1억 5천만 원 상당의 보물 나무라고 나와있다


수령이 오래되고 감정가가 비싸서 보물 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발견 당시의 사진을 보고 이 나무가 왜 진짜 보물 나무인지 알 수 있었다


동일한 나무이다

시청 옆 재활용 센터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100살 넘게 살아온 생명력이 대단하다

이식 전에는 이렇게 잎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나무였다

부산시에서 왜 시민공원의 어머니 나무로 가꾸려는지 알 것 같다


그럼 왜 지금은 크기만 하고 잎이 없는 초라한 모습일까?

나무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나는 왜 저 모습 그대로 옮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수목 이식에 대해 알아보니 나무를 캐낼 때 땅에 내린 뿌리를 모두 다 거두어 갈 수 없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자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무성한 가지와 잎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져서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아있는 뿌리에 맞춰 잔가지를 모두 자르고 광합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잎만 남기고 다 따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새로 심은 가로수들을 보며 왜 부실한 것만 골라 심었나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같은 이유에서였다

처음 이식하면 뿌리가 부족하고 땅에 깊이 내리지 못한 상태여서 부실하기 때문에 지지목을 세우는 거였다


이식 당시 국제신문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노란색 동그라미 친 쓰레기에 둘러싸인 나무가 보물 녹나무다

얼마나 큰지 다음 항공사진으로도 알 수 있다


100년 넘도록 깊이 내린 뿌리를 모두 자르고 저것만 남겨졌다


나무가 너무 무거워서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해 무진동 트레일러가 동원됐다고 한다


시민공원에 무사히 안착


이송경로

늦은 밤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천천히 이동하였다

양정역을 거쳐 하마정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내리막 경사가 급해서 나무가 손상될 우려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남문으로 바로 가지 않은 건 부전역 굴다리 통과가 불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7월 모습

처음에는 지금보다 잎이 훨씬 더 적었다

진짜 광합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잎만 남아있다


2014년 5월 모습

이식한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걸 활착이라고 하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지 처음보다 잎이 늘었다


2015년 9월 모습

활착이 더 진행되어 잎이 작년보다 풍성해진 게 보인다


이 나무가 왜 보물인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녹나무는 활엽수인데도 가을에 잎을 떨구지 않는다

사시사철 항상 푸른 상록수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앙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상록활엽수이기 때문에 자라는 곳도 남해안 일부와 제주도로 한정돼서 더욱 귀한 나무이다

수령이 100년 넘는 녹나무는 제주도에 3그루 남해군에 1그루밖에 없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뿌리를 깊이 내리면 예전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다시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부산시민공원의 어머니 나무로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