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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국유철도

철거 위기의 동해남부선 동래역

by 동서고가 2015. 10. 18.

동해남부선 동래역이 10월 12일부로 영업이 일시 중지됐다

내년 7월에 복선전철이 개통하면 신역사에서 영업을 재개하기 때문에 일시 중지가 맞다

하지만 동래역 구역사와 무궁화호는 영원히 영업이 중지됐다

그것도 모자라 얼마 전 도로를 내기 위해 구역사를 철거해야 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더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더이상 영업하지 않는 구 동래역


문을 닫은 동래역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보기 위해 골목을 헤집고 찾아갔다


저 멀리 동래역의 파란 지붕이 보인다


골목이 점점 좁아진다


동래역 우측 증축된 부분에 물탱크가 눈에 띈다


여기서 보면 아직 영업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동래역에 도착

푸른 지붕을 햇살이 비추고 있다


구 동래역 전경

뾰족한 푸른지붕이 예쁜 단층역사이다

왼쪽에 조그만 부분은 후에 덧붙여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전철만 정차하고 더이상 무궁화호는 정차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있다


문을 아예 합판으로 막아놨다

곳곳에 동래역 영업 일시 중지, 수영역 영업개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레츠코레일 홈페이지에도 팝업공지가 뜨고 있고 이 정도면 아마 혼동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새로 문을 연 수영역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


2015/10/15 - [철도/동해남부선] - 동해남부선 수영역 재개업


출입금지와 쓰레기 불법투기금지 안내문도 붙어있다


그 아래로 문화재 지정 팻말이 보인다

저 팻말이 무색하게도 지금 역사를 철거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지정한 철도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등록문화재보다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새로 바뀐 조감도를 선물로 남기고 그렇게 동래역은 쓸쓸히 여든한 살 생을 마감했다

경춘선 무궁화호가 마지막 운행을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아쉬움을 달래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것 같은데 동래역은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았다

아직 복선전철 개통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있어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새로 나온 조감도 큰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찍어왔다

옛날 조감도가 10년 정도 전에 나온 거라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경된 듯 하다

역사 모양이 꼭 우주선 같다

철골 색이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고 지붕이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바뀌었다


역 가로 길이가 이전 조감도에 비해 줄어서 역사를 왼쪽으로 치우쳐서 짓는다

당시엔 8량을 염두에 두고 추후 증량까지 고려하여 설계한 것 같은데 지금은 4량이 도입되기 때문에 규모를 축소한 것 같다

동래 꿈에그린 아파트 쪽으로 폭 12m 도로가 나는 것 같은데 조감도에 반영되어 있다


최신 현대화 시설을 갖추어 개통된다고 한다


친절하게 플래카드에 새로 개역한 수영역 지도까지 있었다


부산 도시철도 4호선 낙민역 방면 도로

쭉가면 동래고등학교와 만성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충렬대로가 나온다


이번에 철거 소식이 들리는 것도 이 도로를 온천천 쪽으로 연장하기 위해서다


역전 슈퍼

보기만 해도 동래역만큼 오래돼 보인다


동래역 부속건물

그 뒤로 복선전철 고가철로가 보인다

전차선은 아직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다


옛 조감도를 보면 도로를 낼 계획이 예전부터 있었던 걸 알 수 있다

그럼 구역사는 애초부터 없애버릴 생각이었던 걸까?

조감도 우측 아래 모서리 부분을 잘 보면 옛 동래역사로 추정되는 푸른 지붕이 보이는데 이전을 고려했던 걸 수도 있겠다


도대체 도로가 어떻게 나는 건지 궁금했는데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 분양 홍보물을 보니 알 것 같았다

단지 주변 계획도로가 표시되어 있다

동래역을 부숴버릴 도로는 폭 25m 규모인데 왕복 5~6차로 정도 될 것 같다


이를 토대로 지도에 나타내면 이렇게 된다

25m 계획도로가 정확히 옛 동래역을 관통한다

새 동래역 위쪽을 따라 가로로 놓이는 도로는 꿈에그린 홍보물에 없어서 동래역 구 조감도와 동래 이안 아파트 홍보물을 참고로 그려봤다

폭은 몇 미터가 될지 잘 모르겠다


아쉽게도 철거해야만 한다면 경의선 신촌역처럼 위치를 옮겨서 해체복원 했으면 좋겠다

1934년부터 지금까지 81년이란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역사의 장소를 이대로 없애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 않은가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가 서려있는 건물을 없애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다행히 부산시는 철거를 반대하는 듯 하다

옛 동래역을 아카이브 박물관으로 만들고 주변을 광장으로 조성하여 고도심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역사 바로 앞 공터에 역사를 이전 복원시키고 주변을 광장으로 조성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지도에 표시해봤다


새 역사 위쪽에 도로가 난다고 하더라도 부지는 충분할 것 같다

문제는 해당 토지를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와 역사 해체복원 비용이겠다


이같은 선례로 좀 전에 언급한 신촌역이 있다

경의선 신촌역 민자역사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옛 신촌역 파란지붕이 보인다


예전 목조양식과 벽돌양식, 굴뚝과 창문모양까지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복원 과정에서 좌우가 뒤바뀌어 말들이 많지만 겉보기엔 크게 문제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 모습보다 더 깔끔하고 예쁘다


동래역도 81년이란 긴 세월동안 증축되고 지붕이나 외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등 개조되어 원형을 많이 잃었다

원래는 굴뚝도 두 개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그러고 보니 목조, 벽돌 양식에 굴뚝, 파란지붕, 철거 위기까지 동래역과 신촌역은 비슷한 점이 많다

다른 점이라면 생긴 모양과 동래역은 철도문화재, 신촌역은 등록문화재라는 점이다


신역사와 구역사의 조화가 보기 좋다

특히 구역사가 앙증맞고 예쁘다

구역사는 현재 관광안내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필자는 신촌역에 처음 가봤는데 저 안내센터에서 사진의 가이드북과 지도도 받고 관광에 필요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부 사진은 찍지 못 했지만 안에도 굉장히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당시에는 서대문구의 옛 모습이 찍힌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동래역은 창문이 현대식 샤시고 아래 쪽엔 원래 벽돌양식이었을 것 같은데 시멘트로 덧칠해져 다른 모습이다


왼쪽에 덧붙어 있는 부분은 증축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만약 복원을 하게 된다면 저 부분은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붕의 기와도 처음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한 번 새로 보수된 듯하다

오랜 세월을 버티기 위해 저 박공지붕의 나무도 여러 번 페이트칠을 했을 것이다


동래역이 철거될지 보존될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철도시설공단은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여 내년 연말까지 철거할 계획이고 부산시는 보존을 위해 철시공에 사업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 포스팅에서 말하는 해체복원은 현재 고려되고 있는 사항이 아니라 일개 개인의 바람이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봐줬으면 좋겠다